지난 글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기부를 '매출 대비'로 살펴봤어요. 매출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기업 0.05%, 중견기업 0.06%, 중소기업 0.08%였죠. (지난 글 바로가기 link) 매출이 워낙 큰 숫자라 모두 0.1%에도 못 미치는 작은 값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예고한 대로 '이익 대비'로,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하나의 기준선처럼 쓰이는 '1%'를 중심으로 살펴볼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 기업은 세전이익의 1%까지 3분의 2쯤 왔어요. 매출 상위 200대 기업을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오는 기업(중앙값)은 2025년 세전이익의 0.68%를 기부했고, 1%를 넘긴 기업은 다섯 곳 중 한 곳꼴(22%)이었어요. 1년 전(0.53%, 17%)보다 눈에 띄게 올라섰고, 2024년으로 맞춰 견주면 상위 25% 기업은 이미 미국 대기업들을 앞섰어요. 어떻게 이런 숫자가 나왔는지 차근차근 볼게요.
다만 숫자의 범위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여기 나오는 비율과 기업 수는 모두 세전이익이 흑자이면서 기부금을 보고한 상장·외감기업을 기준으로 해요. 세전이익 대비 기부는 올해 분석에 새로 더한 지표라, 자료가 있는 2024·2025년 두 해를 놓고 봅니다. 해외와 견줄 때는 CECP와 CAF의 2025년판(2024년 실적)을 썼는데, 그 뒤 영국 CAF는 2026년판을 펴냈고 미국 CECP도 7월에 2025년 실적 일부를 먼저 공개했어요(전체 보고서는 10월 예정). 최신판이 보여 주는 변화는 다음 기회에 따로 짚어 볼게요.
🌍 세계엔 '이익의 1%'라는 기준이 있어요
기업이 사회에 얼마나 환원하는지를 볼 때, 해외에서는 매출보다 이익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요. 그중에서도 잣대가 되는 건 세전이익이에요. 세전이익은 한 해 장사에서 이자·투자 손익까지 반영한 뒤, 세금을 내기 전의 이익을 말해요. 매출액에서 시작해 영업이익 → 세전이익 → 당기순이익 순으로 좁혀지는데, 기부를 이익에 견줄 때는 세금을 내기 전 단계인 세전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답니다.
지난 글 끝에서 이름만 꺼냈던 CECP가 바로 그 이야기를 하는 곳이에요.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사회공헌 협의체인 CECP는 '세전이익의 최소 1%를 지역사회에 환원하자'는 이른바 '1% 기준'을 권고하고 있어요. CECP가 펴낸 「Giving in Numbers 2025」는 조사에 참여한 글로벌 대기업 189개사의 2024년 실적을 담고 있어요. 이 기업들이 한 해 동안 지역사회에 투자한 금액은 한 곳당 중앙값 2,150만 달러(약 300억 원)였고, 상위 25% 기업은 5,690만 달러(약 800억 원) 이상이었어요. 중앙값은 기업들을 줄 세웠을 때 딱 가운데 오는 값이라, 유난히 많이 낸 몇몇 기업에 휘둘리지 않는 대표값이에요. 다만 '1%'라는 선은 생각보다 높은 편이라, 세전이익 대비 지역사회투자 비율은 중앙값 0.78%로 권고선에 살짝 못 미쳤답니다. 상위 25% 기업쯤 되어야 1.56% 수준이었고요.* 참고로 미국은 2026년부터 법인 기부금의 세제 혜택에 '과세소득의 1%' 하한을 두는 제도까지 도입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과세소득은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이익이라, 세전이익과는 값이 조금 달라요. 같은 '1%'라도 재는 잣대가 다른 셈이죠. 어느 쪽이든 1%라는 선이 점점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예요.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도 기업이 낸 기부금을 세금 계산에서 비용으로 빼 줍니다(낸 금액의 100%). 다만 한도가 있어서 특례기부금은 소득의 50%까지, 일반기부금은 10%까지이고, 넘은 금액은 10년간 나눠서 쓸 수 있어요. '얼마 이상 해야 한다'는 하한선은 없고, '여기까지만 빼 준다'는 상한선이 있는 구조인 셈이에요.**
* 세전이익 대비 비율(0.78%·1.56%)은 189곳 가운데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한 156곳을 기준으로 계산된 값이에요. 앞의 원화 환산액(약 300억·800억 원)은 1달러 1,400원 기준이고요.
** 법인세법 제24조. 특례기부금은 국가·지방자치단체 기부 등, 일반기부금은 공익법인 기부 등이 해당해요.
🗽 미국 대기업들과 견주어 봤어요
그렇다면 우리 기업은 어디쯤 있을까요? 제대로 견주려면 두 가지를 맞춰야 해요. 하나는 '시점'이고 다른 하나는 '체급'입니다. CECP가 전체 보고서로 내놓은 가장 최근 자료는 2024년 실적이에요. 그래서 우리도 2024년 숫자로 맞췄습니다. 그리고 CECP가 조사한 189곳은 매출 수십조 원대의 세계적인 대기업들이라, 우리도 매출 상위 200대 기업만 따로 떼어 보았어요.***
결과는 이렇습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매출 200대 기업의 세전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중앙값 0.53%였어요. CECP의 0.78%에는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에요. 다만 상위 25% 기업만 놓고 보면 우리가 1.93%로, CECP의 1.56%를 오히려 앞섰습니다. 잘하는 기업들은 이미 국제 기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뜻이에요.
*** CECP가 조사한 189곳은 어떤 기업들일까요? 기업이 스스로 참여하는 방식이라 전체 명단은 공개되지 않지만, 규모는 밝혀져 있어요. 매출 중앙값이 167억 달러(약 23조 원)이고 43곳은 포춘 100대 기업이며, 산업별로는 금융이 52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본사를 미국에 둔 곳이 93%고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으로는 씨티그룹이 조사 창간 이래 매년 참여해 온 기업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우리 매출 상위 200대의 매출 중앙값은 11.1조 원이니 상대가 한 체급 위인 셈이라, 이 비교는 우리에게 후하지 않은 쪽으로 잡혀 있습니다.
💂 영국 대기업들과도 견주어 봤어요
'1%'를 기준으로 삼는 곳은 미국만이 아니에요.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은 해마다 런던증권거래소 대표 기업 100곳(FTSE 100)의 기부를 집계해 「Corporate Giving Report」를 펴내는데, 여기서도 세전이익의 1% 이상을 기부했는지를 핵심 잣대로 삼는답니다. 2025년 9월에 나온 보고서(2025년판) 역시 2024년 실적을 담고 있어요. 2024년 FTSE 100 가운데 1% 선을 넘긴 곳은 24곳이었어요. 한 해 전 28곳에서 오히려 줄어든 숫자예요. 같은 해 우리나라 매출 200대에서는 34곳이 1% 선을 넘었습니다. 각 나라 대표 기업 집단 전체를 놓고 비율로 따지면 영국은 24%, 우리는 17%예요. 아직은 영국이 앞서 있습니다.
두 나라를 견주어도 괜찮은 이유가 있어요. CAF는 기업이 연차보고서에 공시한 기부금을 모아 집계하고, 우리도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재무제표에서 기부금을 뽑아 씁니다. 두 나라 숫자가 같은 성격의 자료에서 나온 셈이에요.
📈 그런데 한 해 사이에 꽤 올라섰어요
여기서 반가운 소식이 있어요. 우리 자료는 2025년까지 있는데, 한 해 사이 눈에 띄게 달라졌거든요. 2025년 매출 200대 기업의 중앙값은 0.68%로, 1년 전 0.53%에서 크게 올랐습니다. 1% 선을 넘긴 기업도 34곳에서 44곳으로 늘어, 비중으로는 17%에서 22%가 되었어요. 이 44곳을 규모로 나눠 보면 대기업 33곳, 중견기업 4곳, 공공기관 7곳이었어요. 상위 25% 기업의 비율은 1.93%에서 1.88%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어요. 다만 두 해의 표본 기업이 완전히 같지는 않으니, 이 차이를 같은 기업들의 변화로 곧바로 읽지는 말아 주세요.
전체 기업으로 눈을 넓혀도 흐름은 같아요. 세전이익이 흑자인 기업 가운데 기부금이 세전이익의 1%를 넘은 곳은 2024년 633곳에서 2025년 674곳으로 늘었습니다. 이익의 무게가 어느 정도 있는 기업만 따로 보려고 세전이익 100억 원 이상인 곳만 추려도 260곳에서 306곳으로 역시 늘었고요. 규모가 제법 있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이익의 1% 이상'을 나누는 곳이 꾸준히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 실제 나눔은 이것보다 많을 거예요
첫째, 이 글에서 계산한 우리 기업들의 비율을 CECP 수치와 곧바로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는 조심스러워요. CECP가 세는 '지역사회투자'는 직접 낸 현금과 재단을 통한 현금, 그리고 현물·임직원 프로보노 같은 비현금 기여까지 더한 값이에요. 우리 자료의 '기부금'도 현금과 현물(장부가), 공익재단 출연금까지는 담고 있지만, 임직원 봉사·프로보노의 가치나 사회공헌 운영비처럼 회계상 기부금으로 처리되지 않는 항목은 빠져 있어요. 그래서 같은 회사라도 CECP 방식으로 계산하면 숫자가 더 커지기 쉽고, 우리 비율은 실제 사회공헌 규모보다 낮게 잡힌 값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둘째, 지난 글에서 은행이 빠져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 글도 마찬가지예요. 은행·보험 같은 금융회사는 감독규정에 따라 회계 양식이 달라 손익계산서에 '기부금' 계정이 따로 잡히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 규모가 작지 않아요. 은행만 놓고 보면 20곳 가운데 재무제표 주석에서 기부금을 확인할 수 있는 16곳만 더해도 약 6,600억 원이에요.**** 주석에도 적지 않은 곳이 있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큽니다. 확인되는 만큼만 센 하한인 셈이에요.
셋째, 기부금과 세전이익은 가져온 곳이 달라요. 기부금은 각 회사가 따로 작성한 별도 재무제표에서, 세전이익은 계열사까지 합친 연결 재무제표에서 가져왔거든요. 그래서 계열사가 낸 기부금은 빠지는데 계열사가 번 이익은 들어가 있어서, 계열사가 많은 기업일수록 비율이 작게 나와요.
눈여겨볼 점은, 이 세 가지가 모두 숫자를 실제보다 작게 잡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거예요. 국제 비교에서 우리 기업의 위치는 이 글에 적힌 것보다 나쁘지 않고, 1% 선을 넘는 기업 수도 금융회사까지 더하면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죠. 그러니까 이 글이 보여 준 변화는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성립하는 흐름이라는 뜻이에요. 실제 우리 기업의 나눔은 여기 적힌 숫자보다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습니다.
**** 은행법상 은행 20곳의 2025년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 주석에서 확인한 값이에요.
🏛️ 그렇다면, 제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지금까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숫자로 살펴봤어요. 그런데 이 숫자가 만들어지는 틀 자체가 곧 달라집니다. 지난 글 첫머리에서 잠깐 말씀드렸듯, 2027년부터 적용되는 K-IFRS 제1118호는 그동안 영업외비용에 적던 기부금을 영업이익 계산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추진 중인 ESG 공시 의무화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지금보다 체계적으로 드러내게 해요. 그러면 이 글에서 써 온 '세전이익 1%'라는 잣대는 앞으로도 그대로 쓸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정부가 최근 5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 왔는지를 함께 짚어 볼게요. (다음 글 바로가기 link)
👉 이번 글을 정리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어요. 첫째, '이익의 1%'는 세계 공통의 눈높이예요. 미국 CECP와 영국 CAF가 함께 쓰는 기준이죠. 둘째, 같은 해(2024년)로 맞춰 견주면 우리나라 매출 200대 기업의 중앙값은 0.53%로 CECP의 0.78%에 못 미쳤고, 1% 선을 넘긴 기업 비중도 17%로 영국 FTSE 100의 24%보다 낮았어요. 다만 상위 25% 기업은 1.93%로 이미 국제 기준(1.56%)을 앞섰고요. 셋째, 한 해 뒤인 2025년에는 중앙값이 0.68%, 1% 초과 비중이 22%까지 올라왔어요.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좁혀 가는 속도가 빠르다는 건 분명한 신호예요. 세계의 기준인 1%를 '우리 기준'으로 삼는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이 선을 넘는 기업이 더 늘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 글에서는 기업 사회공헌을 둘러싼 제도 변화를 살펴보려고 해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 함께 보면 좋은 자료
국외 간행물 14. CECP 「Giving in Numbers 2025」 link
국외 간행물 20. CAF 「Corporate Giving Report 2025: the FTSE 100 and beyond」 link
▶ [2026 한국 사회공헌] 시리즈 이어보기
#1 기부금 3조 원, 매출이 큰 기업이 늘린 건 아니에요 link
#2 세계의 기준은 1%, 우리는 어디까지 왔을까? 지금 읽고 계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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